Flûit
2006.02 Flûit, Galerie Itinerrance, 파리, 프랑스
Flûit
자크 코엔, 파리 1대학 명예 교수
몇 년 전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창작 및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젋은 예술가 – 박은영과 이즈마일바히 - 의 작품들을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들이 가진 예술적 영감의 강렬함과 유연함은, 세련된 시적 세계를 만나게 하고, 태양 아래에서 꿈을 꾸는 물의 헤라클레이토스적 느린 움직임을 향한 자신들의 모든 정열을 모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합이나 합류가 이들을 한 유동적 모태 안에서 결코 동일하게 부유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채택한 창작 방식이 재료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서로 상이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미술에서, 방법과 과정의 독창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이것이 또한 끊임없이 재개되는 이들 작품의 상이한 조합의 불안정성을 고양하는 항상 매혹적인 감성의 바다 혹은 우주의 무한한 개방을 보장해준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상이한 이들의 작품을 흥겹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극동의 깔리그라프, 정확히는 한국의 서예를 익혀 온, 인정 받는 무대미술가이자 역량 있고 매우 섬세한 비디오 작가인 박은영은, « 황혼의 형태발생 » 같은 비디오 이미지들의 인광속에서 생성되는 형태들 – 형상들과 문자들 – 을 우리 목전에서 다시 태어나고 소멸하게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눈물의 습하고 우수어린 온화함 속에 잠기게 한다.
그녀는 « 비디오-오 Vidéo-eau »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지중해 저 편에서 건너 온 또 다른 깔리그라프의 이야기 속으로 인도하는 이즈마일 바히는, 그 불안정함은 오직 덧없음의 조심스러운 표현일 뿐인 신비로운 배치들 (dispositifs)을 쌓아가면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러한 배치들속에서 bricolage (공작-工作)은 오히려 « 거의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예술 » 의, « 공의 우주적 필적 » 의, « 지각되지 않는 의미들이 사랑과 신선한 물의 생명의 점적(點滴) 속에 반사되는 예술 » 의 흡사 지배자 (souveraineté)와 같은 힘을 갖는다.
그는 « 줄타기 곡예 »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이렇듯 이들의 창작 방법은 확실히 다르지만,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침묵 속에서도 울려 퍼지게 하는 음악 안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서로 화음을 이룬다.
한 곳에서 만나 조화를 이루며 속삭이는 음악과 조형성은 사고의 공통된 요구를 타고 명상적인 영혼의 물결 위를 떠다니며 기분 좋게 항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