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스페이스 기획 «이머징 아티스트»

(아트 인 컬쳐 2009년2월호)

2009.01-02 쌈지 스페이스 기획 «이머징 아티스트» (3인 동시 개인전), 쌈지 스페이스, 서울

 

이 선 영(미술평론가) 출전 | 아트 인 컬쳐 2009년2월호

 

[…]바르트는 ‘상징적 장(場)은 오직 하나의 물체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 물체가 상징적 장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이 물체는 다름 아닌 인간의 육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은영의 [라 메르]는 상징적 장과 육체의 궁극적인 일치를 지향한다. 여기에서 상징적 장이란 상징적 약호가 지시하는 장소를 뜻하는데, 그녀의 영상 작품은 바다-어머니-생과 소멸이라는 비유법이 교차하는 다차원적인 표면이 된다. 숲 속을 걸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으로부터 시작하여 무덤에 도달하는 일련의 장면들은 바다 이미지와 중첩되면서 출렁거린다. 현대 음악에 맞춰 백일몽처럼 흘러가는 화면들은 붉게 물들여지기도 하는데, 이는 생과 사의 연속적이고 가역적인 흐름을 주관하는 피를 연상시키면서 바다, 숲과 더불어 여성적 몸을 연상시킨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미지 없이 여러 화면이 중첩되어 흘러가는 양상은 원초적 카오스를 내포하며, 이는 모성적 시공간과 연관되는 것이다.

다른 전시실에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은 달나라의 토끼를 연상시키는 화면이 심리 테스트 얼룩처럼 이리저리 변하다가 결국은 그것이 손을 씻는 개수구 장면이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달이라든가 모든 것이 빠져 나가는 구멍 같은 이미지 역시 여성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박은영의 작품에서의 여성성은 이원대립항으로 나뉜 명료한 상징주의를 구사한다기 보다는, 이질적 타자들을 자기 안에 품으면서 구별 자체를 무화 시키는 끝없는 변모의 과정에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잔잔하면서도 극적으로 부침하는 것들은 단단한 존재, 또는 색깔이나 사물이기 보다는, ‘이 세계의 어떤 차이화와 일시적인 변조들’(메를로 퐁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