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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의 무대

2007.10. 이중의 무대(Double Scène), Galerie Crous Beaux-Arts, Paris

 

Jacques Cohen(파리 1대학 명예교수)

 

박은영은 오래 전부터 – 어린 시절부터 – 극동의 깔리그라프, 정확히는 한국의 서예를 익혀 온, 조예 깊은 무대미술가이며 역량 있고 섬세한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영사된 비디오 이미지들의 인광(燐光) 속에서, 또 황혼의 형태발생 속에서 신비로이 출현하는 형태들 – 형상들과 문자들 – 을 우리 목전에서 다시 태어나고 소멸하게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눈물의 습하고 우수 어린 온화함 속에 잠기게 한다.

 

라틴어로 “보다(je vois)”를 의미하는 용어 “비디오(vidéo)”는 박은영에게 있어 “텅 빔(vide)”과 “물(eau)”이라는 두 단어로 분해된다. 이 같은 이중의 놀이, 곧 두 가지 시간 체계에 대한 자의적 동력은, 성찰과 창작 사이, 불연속성과 연속성 사이의 영속적인 긴장 속에서 멈추지 않고 작동되며 끊임없이 그녀의 작업을 추동한다.

 

이중의 무대 뒤에서, “텅 빔”으로부터 “물”로, 그리고 “물”로부터 “텅 빔”으로 비디오는 흐르고 또 흐른다; 그것은 가역성을 야기하고, 유동성 – 점착성으로 귀결되는 – 의 속도를 늦춘다. 그 같은 마법은 예술가를 매료하여, “순환의 고리 속에 배치하기”, “근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근원으로부터 흘러가게” 하기 등을 즐기도록 만들어준다.

 

지나간 시절, 곧 “유년”으로부터 온 사건들 그리고 예술적 오브제들은 “이중적 무대”의 공간 속에 신중하게 기입되어, 텅 빈 모습 그대로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빗방울들로서 나타난다. 무대미술은 어둠 속으로, 어두운 달빛의 미광 속으로 사라져가는 사유와 감미로움을 꿈처럼 표현해낸다.

 

죽은 후에 그 재(灰)로부터 다시 살아나는 검은 기호들에 의해, 그 잔해들 –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슬픔을 회복하기 위해 흘러 나오는 사라져버린 옛 잔해들 – 에 의해, 그 눈물의 유해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표의문자들의 더딘 부패에 의해, 어머니처럼 파도처럼 돌아왔다 떠나가는 유년에 의해, 몽유병 걸린 빗물의 망각 속에서 사라져가는 수천의 문자들에 의해, “애도의 달빛”은 어둠 속으로 지워져 간다.

 

고요하게, 그녀는 액체적 재(灰)를 그린다. “물 속에서 물을 그리고자” 하는, 언제나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채.

 

(번역 : 목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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