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스페이스 기획 «이머징 아티스트»

2009.01-02 쌈지 스페이스 기획 «이머징 아티스트» (3인 동시 개인전), 쌈지 스페이스, 서울

 

주 은 영(쌈지 스페이스 큐레이터)

 

카메라가 숲 속을 걸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화면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전환되고, 이 물의 움직임은 다시 숲 속의 여인과 화초의 모습이 겹쳐짐으로써 흐르듯 표현된다. 물 위를 떠다니듯 움직이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무덤에 도달한다.

위는 박은영의 비디오 <La Mer>의 내용이다. 박은영은 생성과 소멸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장면을 표현함으로써 미지의 세계이자 자신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자연의 근원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의 자연의 근원지에서는 모든 대상들은 처음의 상태도 되돌아감으로써, 삶과 죽음 역시 대립이 아닌 연속의 관계로 변모하게 되고 현실세계에서 규정된 대립과 모순의 관계들을 해소하는 듯하다.

생성을 상징하는 숲과 바다는 서로 겹쳐지고,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되어 생명력 있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공간들이 붉으스름한 화면으로 처리되었을 때, 우리는 마치 불에 타는 듯한 소멸을 경험한다. 특히 물과 불은 대상들을 소멸시킴으로써, 현실세계를 해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Chunja rain series>에서 글자들은 흩날렸고, <Toit>에서 집의 모습은 물처럼 흘러내렸다. <Cauchemar series>에서 설치된 공간은 프로젝션의 불 안에 타 들어갔다. 영상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누군가의 무덤가 역시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머니라는 생성의의 상징물과 함께 보여지는 물, 화초, 숲의 공간들을 거쳐서 도달하는 공간으로, 생성과 소멸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이 연속성은 박은영이 사용하는 느린 화면과 오버랩의 사용으로 가시화되는데 이 두 공간의 전환을 모호하게 하며, 생성과 소멸의 공간을 동시에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