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김진수(솔문) 박은영
미얄_장치-관계적 춤 프로젝트, 2014
실험영상, 8분(Extract Version), Color, Full HD, 2014
상영회, 작가와의 대화 / 2014년 4월26일 (토) 03:00pm
장소/ 서울시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 갤러리H
기획 / 김진수, 박은영
안무 / 김진수
영상 / 박은영
음악 / 김진수, 박은영
특수카메라 / 유신성, 서윤아
출연 / 김진수, 문희진, 박지혜, 오홍실, 조수정, 주재환
Supported by Seoul Art Space HONGEUN Residency/ SFAC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기획의도
장치-관계적 춤 프로잭트 '미얄'은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의 세계를 여행한다. '미얄'은 조선 시대 남편으로부터 박대 받던 늙은 조강지처로 봉산탈춤,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2013년 홍은예술창작센터 무용 입주작가이며 한국무용(봉산탈춤) 전공인 김진수 무용가와 2013년 홍은예술창작센터 무용연계 입주작가이며 미디어 아티스트인 박은영은 한국 춤과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춤영상을 선보인다. '미얄'은 우리 고유의 춤과 영상 미디어를 결합한 장치-관계의 원형성(原型性)을 탐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조선시대 탈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다양한 실험적 에피소드로 창작된다. '미얄'은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한국음악의 화이부동(和而不同)적 진행형식에 근간한 독특한 영상풍경과 몸의 이야기들로 연출/안무된다.
줄거리
남강노인이 미얄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몇 해 만에 나타난 미얄영감은 미얄의 젯상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쓸쓸히 앉아있다. 잠시, 잠이든 영감의 꿈 속에 미얄이 나타나 해후한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바닷가 앞에 선 영감, 그러나 그의 곁엔 덜머리라는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있다. 노을이 지는 바닷가, 덜머리는 핑크빛 사랑을 꿈꾸나 영감은 반면 인생의 골이 깊다. 불안하고 기울어진 사랑이지만 또 묘한 위로를 서로에게 준다. 영감에겐 항상 죽은 미얄의 영혼이 드리워 있다. 무녀는 미얄의 애환을 달래고 아픈 영혼을 천도한다. 미얄은 현실에 살고 있는 영감과 덜머리의 행복을 빌어주고 산화한다.
미얄_장치-관계적 춤 프로잭트
미얄은 봉산탈춤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다양한 탈춤 과장 중에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 역사 속의 여성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미얄은 난리 통에 가족을 잃고 영감(남편)을 찾아 나서는데, 가랑잎 새새, 모래알 짬짬이, 동서울 남서울, 전국방방곡곡을 오직 여인의 올곧은 힘만으로 직접 뛰어다니며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 한다. 여기서 여성의 의지는 나약함과는 거리가 멀다. 외적 환경(난리, 전쟁통)에 의해 파괴된 가정을 복구하고자 하는 모심(母心)의 근원적 힘이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 현전하는 해석들은 미얄을 처첩의 갈등으로 제한하거나, 젊음(덜머리)이 늙음(미얄)을 몰아내는 생명의 순환적 얼개로 여긴다. 봄(덜머리)이 겨울(미얄)을 몰아내는 신화적 상징에 근거한 이러한 시각은 자연의 순환을 바탕으로 하는 농경문화중심의 사회에서 형성된 다소 관습화된 구조를 반영한 해석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본 프로잭트는 각 등장인물 개개인의 희비극, 그들이 느꼈을 인간적 감성, 희노애락 등의 인간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극은 삶의 이야기다. 탈춤이 연희(演戱)되었을 때 우리가 삶의 어떤 부분을 바라보았는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탈춤의 사건들은 비극으로 결말지어지지 않는다. 사건의 고조가 지난 후 항상 화해의 과정을 지니게 되는데 미얄은 영감과 덜머리에 의해 죽임(현재적 재현을 통해 본다면 다분히 엽기적인 살인)을 당하고 난 후 무당의 몸(영매)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토해낸다. 억울함과 원통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기왕지사 죽었으니 너희들은 잘 살아라"고 살아있는 자들의 삶을 축원하며 떠난다. 전체 탈춤 과장의 인물 중에서도 가장 강인한 정신력과 삶의 균형을 올곧게 회복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미얄을 통해 우리는 한국사 속에 존재하는 한국여인의 강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춤(김진수)과 영상(박은영)으로 실연되는 '미얄' 콜라보 프로잭트는 영상, 춤, 설치, 공연 등의 몇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자유롭게 알알이 흩어져 있는 한국음악의 산조가 그러하듯 현재 우리 삶의 다양한 고리에 연결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리움' 이라는 정서가 흐른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애틋함... 영감의 미얄을 향한 그리움, 덜머리의 외사랑, 딸을 잃고 망자가 된 자식을 그리워하는 남강노인의 심상, 그리고 죽어서도 변치 않는 여인이 간직한 사랑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은 춤과 영상의 선율을 따라 '모든' 관계들 사이를 부유한다. 극이 가지고 있던 스토리텔링은 때론 거칠게 때론 애절한 음률의 떨림과 꺾임의 변주에 의해 흘러간다. 그리움_사유(思惟)의 가락은 관객과 교감하는 장치-관계의 안과 밖 풍경을 조우한다.
탈춤이 예술로서 인간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 의미-가치가 생동하기를, 소통의 장치(apparatus)와 관계로 환원되기를 바라며 다양한 실험과 해석으로 확장시켜나갈 [미얄_Episode 1]의 상영회와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최종 결과물을 감상하는 전시회가 아닌 관객과의 다양한 토론이 활발하게 열리어 많은 의논들이 작업의 과정으로 녹아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첫 번째 '미얄'을 모시는 자리를 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