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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달> 작가와의 대화 (발췌)

일시: 2022. 1. 22 (토) 3:20 – 4:00 pm

장소: 창작스튜디오 리을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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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 비가청영역의 소리 데이터가 조명, 무용 등에 전반적으로 어떻게 변환되어 사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송영선 : 기존에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표현적인 안무를 구성해 왔다면 이번에는 애기장대풀의 물 

채널의 염기서열 순서를 움직임의 요소와 매칭해서 무보처럼 작업하려고 했습니다. ATGC라는

네 가지 염기로만 구성하기에는 한정적이어서 아미노산으로 작업하게 되었는데 아미노산 서열로

작업을 하게 되면  20가지의 다양한 시퀀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모티브였던

식물에 주목하여 몸의 하체보다는 상체에 - 머리, 어깨 등의 신체에 각각의 알파벳 기호를 맵핑하였습니다. 공간마다 다르게 진행하였는데 예를 들어 (퍼포먼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염기서열 중 일부가 삭제되어 마치 죽어가는 과정을, 다시 말해 돌연변이로 나타난 염기서열을 신체의 일부분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관객 : 예전에 MRI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들렸던 소리들이 여기 전시장에서도 들리는 듯합

니다. 실제로 뇌에 영향을 주는 주파수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박은영 : 이번에 저희가 사용한 울트라 소스와 MRI 초음파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작업을 위해 특수장비를 사용하여 몇 개월 동안 동굴 같은 곳에서 실제로 박쥐소리와 같은 초고음역대의 소리들을 녹음하였고 그것을 가청주파수대로 다운 샘플링하여 사용하였습니다. […] 예를 들어 중앙 메인홀의 원통형 스피커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애기장대풀의 물채널 염기서열 287개를 순차적으로 연주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소리들입니다. 3가지 버전으로 변주시켜서 염기서열들이 점차 삭제되어 가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였습니다. 차후 웹페이지를 통해 MAX 패치들을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노영훈 : 스피커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제작을 하였는데, 원통형 스피커들은 전시 공간에 따라 쌓아

올릴 수 있도록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조립식 프레임으로 제작하였고, 갓 형식의 초지향성 스피커는 지향각을 주어서 특정 스팟에서만 잘 들리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제작한 스피커들은 전시공간, 전시환경에 따라 별도의 튜닝을 하였습니다. 공간음향과 공간튜닝은 이승규 작가님과 김태윤 감독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관객 :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되는 영상을 라이브 현장에서 동시에 접하게 된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송출을 동시에 진행하는 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극장에 온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라이브 공연과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는 영상이 따로 있는데, 지금처럼 송출영상을 현장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동시에 사용하시게 된 점이 흥미롭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은영 : 이제는 온라인 송출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코로나 상황에 대비한 대안으로 온라인 송출을 기획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러한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저희는 이 공간에서 그렇다면 온라인 송출을 단지 대안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온오프 공연의 관람 방식 뿐 아니라 좀 더 확장한 새로운 방식,, 이를테면 현대물리학적 관점- 양자역학적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기 전시공간의 구조상, 관람자는 두 개의 공간을 동시에 모두 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라이브와 송출영상은 같은 공연이지만 관람자가 만일 라이브 공간 안에서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에 초점을 둔다면 바깥쪽 벽에 투사된 영상의 공연을 잘 볼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양자역학에서 관측이 일어나면 전자의 운동 결과가 바뀌거나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되었던 <두 개의 달> 이라는 유년시절의 놀이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창밖의 달을 본 적이 있는데 2m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동생도 창문너머로 달이 보인다고 해서 동생의 달을 보려고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순간 저의 달은 사라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달이 다시 보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두 개의 달을 동시에 볼 수 없었는데,) 제가 본 달과 동생이 본 달은 같은 하나의 달인지 다른 두 개의 달인지,,, 궁금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앞으로도

전시, 라이브 공연, 온라인 송출이 융합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온오프 공연의 관람방식에 대해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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